[이진욱의 전자수첩] 한입 베어문 '애플'이 썩기 시작했다

입력 2017-12-27 10:15  

고의 성능 저하 논란
첫 집단소송에 휘말려



지난 9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 한 아이폰6S 사용자가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이 사용자는 ‘아이폰이 느려졌다고? 배터리를 바꿔봐’라는 제목의 글에서 성능이 저하된 아이폰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자 원래 속도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결국 정보기술(IT) 기기 성능측정 전문 사이트인 ‘긱벤치’의 창업자 존 폴이 아이폰6와 아이폰7 모델에서 인위적인 성능 저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하면서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까지 번졌다.

이번 일로 애플은 자국 내 첫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페이턴틀리 애플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인 엘리에저 로비노비츠와 빅터 매조 등 2명은 미국 뉴욕 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애플에 대한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엔 집단소송이라는 점이 다르다. 집단소송은 피해 집단의 일부가 소송을 한 뒤 그 판결이 나면 효력이 집단 전체에 미치는 소송제도다. 원고가 승소하면 다른 소비자들도 이에 근거해 별도의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단 얘기다.

고의적으로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점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은 애플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과 하나 없이 자기합리화에만 급급한 모습에 적지 않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의 과오를 늘 감싸고 돌던 미국 언론들도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자국 내에서 애플에 대한 이미지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애플이 소비자 보호법을 어기고, 고객들을 기만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애플은 20일 "오래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추운 곳이나 배터리 충전량이 낮을 때, 수명이 다 됐을 땐 전자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갑자기 기기가 꺼지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년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사실을 시인했을뿐 사과는 없었다. 현재까지도 애플은 성명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우뚝 선 애플이 논란 대처도 비밀 전략을 고수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일의 심각성은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인투파이브맥이 실시한 ‘애플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여론 조사에서 80% 이상이 애플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애플의 안이한 대처는 상습적이다. 지난 9월 '아이폰8'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스웰링' 현상 때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은 10월초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을뿐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이폰X(텐)을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면 화면이 몇 초씩 멈추는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 언론들은 '콜드게이트(추위+워터게이트)'라고 명명하고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했지만, 애플은 홈페이지에 "주변 온도가 섭씨 0~35도인 장소에서 사용하라"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 방전 현상이 나타나니까 사용자가 알아서 주의하라는 의미다. 소비자를 제품에 맞추는 오만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애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 이른바 '애플빠', '앱등이'들의 이탈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상에서는 아이폰 불매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아이폰 사용자는 "아이폰을 벌써 3대째 구매했지만 이번 애플의 태도에는 정말 화가 난다"며 "앞으로 아이폰을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애플 충성고객들은 아이폰 출시때마다 제품 흥행의 성패를 가를만큼 초반 판매량을 주도했던터라 애플의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아이폰X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올 4분기(10~12월) 아이폰X의 출하 대수는 3000만~35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2018년 1분기(1~3월)에는 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늘 사과에 인색하고 비난에 침묵해온 애플. 자국내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집단소송 사태에도 콧대높던 이전 방식을 고수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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